헌재 심판대에 오른 ‘활동지원법 제5조 제2호’, 헌법불합치 결정
65세 미만 노인성 질병 가진 장애인, 활동지원 받을 수 있는 길 열려
22년 12월 31일까지 법 개정해야, 이후엔 법 효력 상실

65세 미만의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장애인의 경우, 활동지원서비스 신청 자격을 제한하는 현행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향후 65세 미만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장애인들도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사진제공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사진제공 헌법재판소

이번 위헌제청의 심판 대상이 된 조항은 활동지원급여의 신청 자격이 명시된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활동지원법) 제5조의 제2호이다. 해당 조항에는 활동지원을 이용할 수 있는 요건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노인 등이 아닌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연령 이상인 사람”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어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조 제1호에는 “‘노인 등’이란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의 자로서 치매·뇌혈관성질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65세 미만이더라도 노인성 질병을 갖고 있다면 활동지원서비스는 신청할 수 없으며, 장기요양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활동지원서비스와 장기요양의 서비스 시간 차이가 매우 크다는 데 있다. 활동지원의 경우, 보건복지부에서만 하루 최대 14시간을 제공하며, 지자체 추가 급여까지 포함하면 하루 24시간까지 이용가능하다. 그러나 장기요양은 주중에 하루 최대 4시간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제청신청인들이 위헌제청을 낸 배경에는 이처럼 커다란 서비스 양의 차이가 있다.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비스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단지 노인성 질병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활동지원 신청 자격을 박탈한 것은 헌법에서 규정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장기요양법 시행령에 따르면, 노인성 질병에는 치매, 뇌졸중질환, 동맥경화성 질환, 파킨슨 관련 질환 등이 포함된다.

이에 대해 헌재는 23일, 65세 미만 장애인 중 노인성 질병이 있다는 이유로 활동지원 신청 자격을 제한하는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는 불합리한 차별로 평등원칙을 위배하여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65세 미만인 경우, 일반적 생애주기에 비추어 사회활동이 활발할 때이므로 자립 욕구나 자립지원의 필요성이 높고 노인성 질병의 조기 발견에 따른 치료 효과나 재활 가능성이 높은 편이므로 노인성 질병이 발병했다고 곧 사회생활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다거나, 가내에서의 장기요양의 욕구·필요성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평가할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정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복지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지원의 필요성과 수요에 맞는 급여, 공급이 이뤄지도록 제도 전반에 걸쳐 합리적 체계를 구축한다면 제도 개선에 따른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복 급여의 문제나 급여 구분체계의 혼란이 있을 수 있는 점,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 해소 방식에 입법자의 재량이 인정되는 점을 고려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다”고 전했다. 따라서 해당 조항은 2022년 12월 31일까지 개정되어야 하며, 만약 그때까지 개정되지 않을 경우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등은 당일 논평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법이라는 이름으로 보편의 인권을 막아선 부조리의 벽을 허문 결정으로서 국가의 시혜로 치부되었던 사회적 기본권을 실질적 권리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헌재 관련 행정소송이 시작된 날로부터 4년이 지나서야 내려진 것에 깊은 아쉬움을 표하며, “헌법재판소가 이후 유사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서는 보다 신속한 결정을 통해 권리를 적시에 보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이번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를 살려 조속히 법률을 개정하여, 제청신청인처럼 단지 장기요양을 먼저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활동지원을 신청할 수 없었던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흐르지 않던 시간과 일상에 즉각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출처: